HETRICH 홈페이지를 몇 번이고 고쳤다. 배치와 색, 문구가 달라져도 볼 때마다 AI가 만든 포트폴리오처럼 느껴졌다. 화면은 그럴듯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Figma에서 시안을 직접 그리지는 않았다. AI가 제안한 화면을 보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빠르게 여러 안을 만들 수 있었지만, 정작 홈페이지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화면만 고치고 있었던 셈이다.제품 목록 뒤에 밀린 사람HETRICH에는 내가 만든 제품과 작업 기록이 모여 있다. L-Proof AI 브리핑, 개인 비서 도구, 식사 기록 앱, 게임 관련 실험처럼 성격도 제각각이다. 이전 홈페이지는 이 작업들을 정돈된 목록으로 보여줬다. 이름과 상태, 짧은 소..
쏟아지는 소식을 첫 장면으로 보여주는 L-Proof AI 홈페이지.L-Proof AI 홈페이지를 리디자인했습니다.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9시에 보내는 AI 브리핑 서비스인데, 이번에는 글의 내용보다 그 글을 처음 만나는 화면을 고쳤습니다.시작은 전전회사 팀장님에게 들은 피드백이었습니다. 저는 글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홈페이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누가 구독하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원고는 계속 다듬으면서 홈페이지는 비교적 쉽게 만들어둔 상태였습니다. 어떤 서비스인지, 어떤 기준으로 글을 쓰는지 설명은 있었지만, 처음 들어온 사람이 그 설명을 읽고 싶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제작 과정을 눈으로 보여줄 수 없을까L-Proof에는 자료를 모으고 원문을 확인해 원고..
지난 글에서는 AI와 FilmCraft를 이용해 영상 제작 과정을 자동화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정리했다.처음에는 간단한 영상 하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본 승인과 완성본 검수를 제외한 제작 과정과 유튜브 비공개 업로드까지 자동화할 수 있게 됐다.실제로 역사 콘텐츠를 다루는 프로젝트에서는 세 편의 에피소드를 제작했다.그런데 세 편까지 만들어보고 나니 조금 고민되는 문제가 생겼다.영상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정작 화면에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역사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콘텐츠인데 대부분의 장면이 지도와 문서, 숫자, 텍스트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내용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해 대사를 하거나 행동하는 장면이 조금 더 있었다면, 시청..
최근 유튜브 쇼츠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하나는 동아시아 역사의 흥미로운 사건을 소개하는 프로젝트고, 다른 하나는 고사성어를 두 캐릭터의 만담 형식으로 풀어내는 채널이다.처음에는 AI가 대본을 작성하고, 영상과 음성을 생성한 다음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구조를 생각했다.요즘 영상 생성 AI의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으니, API만 잘 연결하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런데 실제로 영상 생성 API의 비용을 알아보니 조금 고민이 생겼다.몇 초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도 비용이 발생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생성해야 한다.한 편을 만드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하지만 하루에 한 편씩 꾸준히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테스트하고 수정한다면 이야..
최근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Claude Code, Codex, ChatGPT 등 여러 AI 도구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도구마다 강점이 다르다 보니 상황에 맞춰 사용하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번거로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AI마다 알고 있는 프로젝트의 맥락이 다르다는 것이다.어떤 세션에서는 이미 해결한 문제를 다른 세션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이전에 합의했던 설계 원칙을 모르는 AI가 기존 코드와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거나, 오래된 문서를 기준으로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일도 있었다.처음에는 프롬프트나 인수인계 문서를 조금 더 잘 작성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여러 프로젝트를 오가다 보니 단순히 설명을 잘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AI가 바뀔..
오늘은 로컬 LLM을 직접 서비스에 붙여보는 실험을 해봤습니다.요즘 로컬 LLM이나 여러 모델을 역할별로 나눠 사용하는 구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기도 했고, 저도 실제로 한 번 돌려봐야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올 것 같았습니다.마침 제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 중에 실험하기 적당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오늘 얼마 먹어도 돼?’사용자가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그냥 평소 말하듯 입력하면 기록하고, 오늘 얼마나 더 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서비스입니다.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아침에 계란 두 개 먹었어.”“아까 먹은 바나나 취소해줘.”“오늘 얼마나 더 먹어도 돼?”이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문장을 받으면 먼저 이게 음식 추가인지, 수정인지, 삭제인지, 상태를 묻는 건지 등을 판단합니다.현재는 ..
이번 호의 중심은 9월 8일 공개된 Meta의 개인 AI 에이전트 Muse입니다. 발표 직후만 보면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앱을 연결하고, 장기 작업을 수행하는 또 하나의 에이전트 제품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사용 사례와 논란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이 제품이 던진 질문이 더 선명해졌습니다.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계정으로 쇼핑하고, 메시지와 일정에 접근하며, 앱이 닫힌 뒤에도 계속 일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이상 모델 성능만이 아닙니다.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언제 사람에게 승인을 요청하는지, 외부 서비스와 충돌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무엇을 실행했는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지가 제품의 핵심이 됩니다.Muse는 브라우저·장기 메모리·앱 연결·결제·사람의 승인·감사 기록을 하나의 개인 에..